중년 부부 피로가 만든 거리감

 

언제부턴가 우리는 같은 집에 살고 있지만 서로의 하루를 잘 모르게 되었습니다. 말수는 줄고, 눈 마주침도 줄고, 웃음도 사라졌습니다. “피곤해서 그래.”라는 말이 익숙해졌지만, 그 안에는 말 못 할 거리감이 자라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하루의 피로 속에서 조용히 대화를 시도하는 중년 부부

1.서로의 피로가 마음의 벽이 될 때

중년의 삶은 바쁩니다. 일터에서의 스트레스, 부모님 돌봄, 자녀 뒷바라지까지. 육체적 피로는 곧바로 정서적 여유를 갉아먹고, 자연스럽게 부부간의 교류는 뒷전으로 밀려납니다. “나는 힘든데 왜 당신은 몰라줄까?”라는 서운함이 쌓이기 시작합니다.저희 부부도 어느 순간부터 대화가 줄고, 함께 있는 시간이 피곤함으로만 채워졌습니다. 아내는 늘 무표정이 되었고, 저는 그 침묵 속에서 불편함을 느끼며 자꾸 회피하게 됐죠. 지금 돌아보면, 서로가 지쳐 있다는 걸 인정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피로는 단순한 체력 저하가 아닙니다. 관계에 대한 공감 능력과 인내심을 갉아먹습니다. 결국 둘 다 지쳐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상대만 무심한 것처럼 느껴지는 악순환이 생깁니다. 피로는 오해를 만들고, 오해는 거리를 만듭니다.

2.거리를 좁히기 위한 회복의 기술

해법은 거창한 변화가 아닙니다. 작은 대화, 짧은 안부, 함께하는 10분의 루틴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희는 주말 아침에만이라도 함께 커피를 마시기로 약속했습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말없이 나란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따뜻함이 생기더군요.서로를 평가하거나 해석하려 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오늘 많이 힘들었구나.” 그 말 한마디로 아내가 눈시울을 붉혔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날 이후로, 저는 ‘무슨 말을 해야 할까’보다 ‘그냥 들어주는 것’이 훨씬 더 위로가 된다는 걸 배웠습니다.

3.중년 부부, 거리보다 중요한 건 방향

때때로 우리는 서로 멀어진 것이 아니라, 같은 방향으로 걷고 있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지금 필요한 건 서로를 더 이해하려는 노력입니다. 저는 최근에 아내와 일기를 함께 쓰기 시작했습니다. 하루 한 줄, 좋았던 일 하나씩 적어보자고 했죠.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중요한 건 거리를 재는 것이 아니라, 함께 회복을 향해 가고 있다는 감각입니다. 말이 없다고 해서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표현할 힘이 부족한 상태일 뿐입니다. 그럴 때일수록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중년 부부의 거리감은 피로에서 시작되지만, 회복도 작은 실천에서 시작됩니다. 저는 아내에게 처음으로 “힘들지?”라고 물었던 그날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그 한마디가 우리 관계를 바꿔놓을 줄은 몰랐습니다.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다면, 오늘 저녁 식사 후에 짧은 대화를 시도해 보세요. 피곤하다는 이유로 미뤄온 말들, 그 안에 사랑이 숨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조용한 거리감도 언젠가는 큰 벽이 됩니다.” 오늘, 짧은 인사를 건네보세요.